끝내기냐. 뒤집기냐.
KBO리그 최고 투수로 성장한 라울 알칸타라(28·두산)가 벼랑 끝에 있는 친정 KT를 향해 칼끝을 겨눈다. 최후의 저지선 앞에는 '옛 동료' 윌리엄 쿠에바스(30·KT)가 가로막고 있다.
두산과 KT는 12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3차전을 치른다. 두산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 1차전(3-2), 2차전(4-1)을 모두 승리했다. 점수 차는 크지 않았으나, 경기력 차가 컸다. 두산은 5년(2015~19)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다운 저력을 발휘했다. 포스트시즌에 처음 출전한 KT는 타선 침묵으로 고전했다.
역대 PO에서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87.5%(16회 중 14회)다. 2연패 당한 팀의 리버스 스윕은 두 번뿐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3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낼 생각이다. 2차전 승리 뒤 "유리한 상황이다. 3차전에서 총력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두산으로서는 나흘 동안 충분히 쉰 뒤 17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맞이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자신감의 근거는 선발 투수 알칸타라다. 그는 정규시즌 31번 등판, 20승 2패(승률 0.909),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했다. 다승과 승률 1위, 평균자책점 4위를 기록했다.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가 제공한 그의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는 리그 전체 1위인 8.32. 알칸타라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힌다.
알칸타라는 세 차례 KT에서 2승,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이었던 6월 4일 수원 원정에서는 5이닝 5실점으로 고전했다. 그러나 후반기 등판한 두 번은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해냈다. 피홈런도 없었다. PO 무대 고척 스카이돔은 통산 두 차례 나섰다. 13⅔이닝 동안 3점만 내줬다.
알칸타라는 5일 LG와의 준PO 2차전에서 4⅓이닝 4실점으로 고전했다. 목에 담이 생긴 탓에 구속이 떨어졌다. 그러나 PO 3차전에는 정상 컨디션으로 나설 수 있다.
KT 선발투수는 쿠에바스다. 그는 정규시즌에서 10승 8패·평균자책점 4.10에 기록했다. 압도적인 성적이 아니다. 게다가 10월 등판한 5경기에서 2패(평균자책점은 5.81)만 당했을 만큼 페이스가 좋지 않다. 올 시즌 세 번 나선 두산전에서는 1승 1패, 평균자책점 5.02(14⅓이닝 8실점)에 그쳤다. 이닝당 출루허용은 1.40. 9월 17일 수원 두산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이후 두 번은 조기 강판당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일단 3차전을 이겨야 다음 경기도 있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PO 1·2차전에서 조현우·주권 등 젊은 불펜투수들이 호투하며 긴장감을 이겨낸 수확도 있다. KT가 선발 싸움에서 지지 않는다면, 불펜 대결에서는 승률을 높일 수 있다. 쿠에바스의 어깨가 무겁다.
알칸타라와 쿠에바스는 2019시즌을 앞두고 KT에 입단한 '동기'다. 알칸타라는 시속 155㎞의 포심 패스트볼을 뿌리며 주목받았다. 쿠에바스는 빠른 공의 무브먼트와 변화구 제구력이 돋보였다. 둘은 1·2선발을 맡았고, 나란히 10승 이상 거뒀다. 지난해 KT가 창단 최고 승률(0.500)과 순위(6위)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알칸타라는 2020년 재계약하지 못했다. KT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영입하며 한 자리가 줄어든 탓이었다. 구위는 좋지만, 변화구 활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알칸타라에 대한 KT의 평가였다.
KT는 알칸라타에 대한 보류권을 포기하며 그의 앞길을 열어줬다. 그러자 두산이 알칸타라를 잡았다. 절치부심한 그는 두산 코칭스태프와 동료 투수, 포수 박세혁의 도움을 받아 스플리터를 연마했다. 원래 좋은 구위는 넓은 홈구장(잠실)에서 더 위력을 발휘했다. 새 무기 스플리터는 삼진을 잡는 무기로 활용했다. 알칸타라는 리그 최고 투수로 성장했다.
알칸타라는 지난 9월 8일 KT전에서 호투한 뒤 "KT를 상대로 내가 가진 것 이상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KT가 생각한 것보다 나은 투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내부 평가에서 알칸타라를 이겼던 쿠에바스는 올 시즌 내내 '동기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PO 3차전 등판에 쿠에바스의 자존심이 달려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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