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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ly 16, 2020

“유명한 과학자가 어떤것을 불가능하다 한다면 그것은 틀리기 십상이다”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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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박상준 지음│을유문화사

“유명하고 나이가 지긋한 어떤 과학자가 무엇인가를 가리켜 가능하다고 말한다면 아마도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무엇인가를 가리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틀리기 십상이다.”

‘허튼소리’로 가득한 책. 오해 마시라. 이것은 지금 당장 그렇다는 얘기지, 언제든지 ‘현실’로 바뀔 수 있는 아주 의미심장한 ‘허튼소리’니까. 단적으로, 우주선이라는 쉽고 가까운 예가 있다. 영국의 천문학자 리처드 울리는 공기보다 무거운 물체를 하늘로 쏘아 올리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우주선은 잠깐의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것. 1956년 왕실 천문관에 임명될 때까지도 그는 로켓 개발에 반대하며, 차라리 좋은 천문 관측 장비를 장만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1년 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발사됐고, 12년 뒤 인간은 달에 ‘갔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허튼소리도 다시 보자”…. 과학소설(SF)의 고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쓴 위대한 SF 작가 아서 클라크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길고 멋지게 말했다. “유명하고 나이가 지긋한 어떤 과학자가 무엇인가를 가리켜 가능하다고 말한다면 아마도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무엇인가를 가리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틀리기 십상이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책을 펼쳐 본다. 우주여행부터 냉동 인간, 사이보그, 외계인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SF가 보여준 ‘엉뚱한 상상’들이 과학이란 옷을 입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예컨대, 영화 ‘마션’을 통해 본 화성은 감자를 기르는 게 별문제 없어 보이고, ‘제 2의 지구’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행성이다. 그러나 도달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여전히 남아 있다. 네 번이나 영화화됐을 만큼 SF사에 명작으로 꼽히는 잭 피니 장편 ‘바디 스내처’는 외계인에 대한 ‘세련된’ 상상력이 돋보인다. 그들은 잠을 자는 동안 인간의 몸과 마음을 ‘다른 존재’로 바꿔 놓는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인류보다 뛰어난 문명을 지닌 외계인이 지구를 차지하려 한다면 과연 물리적 전쟁이라는 지저분한 방법을 택할까? 지구의 환경과 자원은 그대로 보전한 채 인류만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선호하지 않을까?”라며 ET나 우주전쟁의 벽에 갇힌 우리의 뇌를 말랑말랑하게 해준다.

이렇게 ‘과학적 상상력’의 지평을 넓히는 작업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필수다. 저자의 말대로 “새로운 과학 기술에 의해 이제까지 인류가 맞닥뜨려 본 적 없는 생소한 선택들을 계속해야만 하는 상황”이 이어질 테니까. 무엇보다 시공간적 시야의 확장은 과학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윤리적 상상력’을 키우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더욱 소중한 경험이 된다. 그리고 SF는 그 어떤 장르보다 적극적으로 이 경험의 통로로 쓰여왔다. 책에 언급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단편 ‘체체파리의 비법’처럼 말이다. 이 소설은 남성들에게만 번지는 정신적 바이러스가 여성을 극단적으로 혐오하게 하고, 결국 잔혹하게 죽인다는 이야기다. 1977년 처음 발표됐으나 2016년 한국어판이 새로 나왔고, 젠더 평등, 여성 혐오 등 당시 한국 사회의 쟁점과 맞물려 다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저자는 국내 대표 SF 및 교양 과학 전문 저술가로, 풍부한 식견과 필력 등 책은 그의 30년 공력을 오롯이 담고 있다. 단순한 흥미나 지적 호기심의 차원뿐만 아니라, 눈앞에 일어날 ‘설레는 (혹은 두려운) 일’을 가늠해본다는 차원에서 책은 어느 시점의 ‘미래’까지 충분히 ‘필독서’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336쪽, 1만5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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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7, 2020 at 12:3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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