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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September 14, 2020

예술나눔 위한 코오롱미술관, 마곡에 문 열다 - 서울경제 -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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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조민석의 설계로 마곡지구 내 조성된 코오롱그룹의 미술관 ‘스페이스K_서울’이 16일 공식 개관한다. /사진제공=코오롱

10년, 아니 20년을 준비했다. 그간 지역 문화나눔의 일환으로 과천 본사를 비롯해 광주·대구·서울 등지에서 예술 후원을 해 온 코오롱(002020) 재무분석차트영역계속기업리포트그룹이 서울 마곡산업단지 안에 마련한 미술관 ‘스페이스K_서울’이 16일 공식 개막한다.

코오롱그룹이 예술을 후원하고 이를 공유하는 메세나 활동을 실천한 것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천 코오롱 사옥에서 인근 지역민을 위해 클래식·뮤지컬· 마술쇼 등을 공연하는 ‘코오롱 분수문화마당’을 약 10년간 진행했다. 2009년에 과천타워 로비에서 ‘코오롱 여름문화축제’로 개최한 이벤트성 전시가 의외로 큰 호응을 받았다. 자신감이 생겼고 미술관 건립의 씨앗이 됐다. 2011년 과천 본사 로비에 개관한 ‘스페이스 K’는 서울 강남의 코오롱모터스를 비롯해 광주, 대구, 대전 등지에도 마련됐고 시민들이 미술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유휴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의 ‘셋방살이’였지만 총 152회 전시로 437명의 작가를 후원했고, 지난 10년간 연간 2만여 명이 관람하는 지역 명소가 됐다. 동시에 소리없이 준비한 것이 바로 ‘스페이스K_서울’이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명예회장의 부친인 이동찬(1922~2014) 선대 회장이 지난 1995년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이후 그림에만 몰두하며 여생을 보냈을 정도로 예술향유의 가풍을 지녔다. 오너가족 중에는 미술전공자도 있으나 스페이스K운영 등 메세나활동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오롱그룹이 건립한 미술관 ‘스페이스K_서울’은 마곡지구 문화공원 2호에 연 면적 약 600평(2,044㎡) 규모로 조성됐다. 건축과 설계는 지난 2014년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주목을 끈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소장이 맡았다. 부드러운 곡선과 호가 어우러진 기하학적인 건물이 주변에 조성된 녹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공공장소로서의 미술관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압도적인 건물이 오히려 ‘높은 문턱’으로 여겨지는 미술관이 아니라 공원의 일부, 도시의 한 부분으로 느껴지는 공간이라 지역민들의 발길을 부담없이 이끌기 좋다.

코오롱그룹이 예술나눔을 위해 건립한 미술관 ‘스페이스K_서울’의 개관전 전경. /사진제공=코오롱
미술관으로 향하는 공원에서부터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경우 작가가 증강현실(AR)로 구현한 ‘상상도 할 수 없는 기둥들(Umimaginable columns)’이다. 맨눈으로는 공원이기만 한 곳에 모바일기기를 갖다 대면 5m 높이의 기둥들이 나타난다. 누구도 그 전체를 파악할 수 없는 거대한 기둥, 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르게만 보이는 기둥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의 우화처럼 인식의 한계를 자각하게 한다. 미술관 옥상의 특정 지점에서 AR앱을 구동해야 기둥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과 예술적 사고로 다다를 수 있는 사물의 이면을 생각하게 한다.
글렌 브라운 ‘여인Ⅱ’ /사진제공=코오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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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부처 ‘무제(방랑자)’ /사진제공=코오롱

1층 전시장에서는 개관 특별전 ‘일그러진 초상’이 내년 1월29일까지 열린다. 초상화가 가장 전통적인 미술장르였다면, 현대미술가들은 일그러진 초상을 통해 자기 자신은 물론 사회를 직시하고 그 부조리까지 들춰낸다. 영국 yBa의 초기 작가 중 한 명인 글렌 브라운은 렘브란트·벨라스케스·피카소 같은 대가들의 유명한 작품을 이리저리 변형시켜 물감을 덕지덕지 쌓은 독특한 입체로 바꿔놓았다. 고대 원시회화처럼 보이는 독일화가 안드레 부처의 작품이 그 유명한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 낀 바다 위의 방랑자’에서 영감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실소가 터질지도 모른다. 형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확고한 의지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럽 역사의 폭력성에 주목하는 루마니아 화가 아드리안 게니, 베트남의 성차별을 지적하는 베트남계 미국작가 딘큐레 등은 세계적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만나기 힘든 작가들이라 더 반갑다. 국제무대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예술가 중 하나이며 ‘집 시리즈’로 유명한 서도호의 1996년작 ‘고등학교 교복’은 교복문화와 군사문화가 뒤섞여 있던 1970년대의 집단적 통제를 비판한 작품이다. 이들 뿐 아니라 줄리안 슈나벨·길버트 앤 조지·지티시 칼랏·장샤오강 등 세계적 거장들이 총출동 해 ‘미술관다운 미술관’의 시작을 보여준다.

2층 전시장은 좀 특별하다. 회화·설치·미디어 분야를 비롯해 연극·극작가 등 각자 영역이 확고한 5명의 예술인들이 협업해 ‘우주로 간 카우보이’라는 공동 작품을 영상으로 선보였다. 교류하고 협력하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미술관의 고민과 의지를 함축했다.

미술관 측은 내년 상반기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화가 헤르난 바스, 하반기에 영국 개념미술 작가 라이언 갠더 등 굵직한 전시를 예정하고 있다. 한 미술평론가는 “기업미술관의 흥망성쇠 와중에 새로이 출발하는 코오롱 미술관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면서 “서울 서남권의 미술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데 이를 보완해줄 것으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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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5, 2020 at 09:0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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