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뉴욕 양키스전 트라우마를 깬 손끝의 감각이 무뎠다. 한 해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손끝이 흔들렸다. 에이스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민족대명절 추석에 악몽을 꿨다.
류현진은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시리즈(ALWC·3전 2승제) 탬파베이와 2차전에 선발 등판해 무너졌다. 1⅔이닝 8피안타(2피홈런) 1볼넷 7실점(3자책)으로 최악의 기록을 남긴 뒤 조기 강판됐다. 자신의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실점. 토론토는 2-8로 패해 2연패, 류현진의 2020시즌도 마무리됐다.
류현진은 최고의 흐름 속에서 가을야구를 준비했다. 지난 26일 양키스전서 7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트라우마를 끊어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뒤 찰리 몬토요 토로토 감독은 류현진의 등판 순서를 2번째로 배치했다. 첫 경기 등판이 당연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차전에 승부를 걸기로 한 것. 류현진으로서는 좋지 않은 기억도 깨고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다.
그런데 장밋빛 상상이 악몽으로 돌아왔다. 1회말에만 안타 4개를 내줘 첫 실점.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의 호수비와 보 비솃의 실책이 겹치는 등 혼란스러웠다. 2회 케빈 키어마이어에게 중전안타를 내준 뒤 마이크 주니노에게 투런포를 허용했다. 브로소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한숨을 돌리는가 했지만 랜디 아로자네라에게 2루타를 맞았다. 얀디 디아즈에게 볼넷을 내주고 다시 비솃이 실책을 저지르면서 2사 만루. 류현진은 다음 타자 렌프로에게 만루홈런을 얻어맞았다. 투구수 45개.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의 강판을 지시했다.
류현진은 LA다저스 시절 포스트시즌 8경기를 경험했다. 그 중 피홈런은 3개. 그러나 이날은 한 경기에만 홈런 두 방을 내줬다. 하나는 만루홈런이었다. 경기를 마친 뒤 류현진은 현지 매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구속은 시속 1∼2마일 정도 덜 나왔다. 실투가 장타 2개로 연결됐고, 초반에 모든 변화구가 안타로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어려운 경기였다”면서 “전반적으로 여러 구종이 탬파베이 타자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장타를 억제했어야 했는데 그게 안 돼서 대량실점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올해 시작부터 토론토 에이스로 자리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는 고전했던 상대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그러나 가을야구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기록을 남긴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 코치, 팀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경기 수도 줄고 미국에서 나올까 말까 한 1년의 세월이었다”고 정리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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